3년 전 오늘처럼 추웠던 겨울,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 사고 기억하십니까?
수능을 치른 고등학생들이 가스보일러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잃었죠.
일산화탄소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지금은 개선됐는지 우현기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8년 겨울 강릉의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고교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불명에 빠졌습니다.
무자격자가 설치한 보일러 연통이 어긋나면서,
냄새나 색깔이 전혀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일산화탄소가 학생들이 잠자던 방으로 들어온 겁니다.
피해자들은 수능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생들이었습니다.
[김진복 / 강릉경찰서장(지난 2018년)]
"(가스 경보기가 따로 설치되지 않았던 건 아닌가요?)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펜션 운영자는 지난해 금고 1년형을 확정받았고, 해당 펜션은 업주와 상호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현장음]
"(사고난 ○○펜션 아닌가요?) 아닙니다. 바뀌었어요."
[우현기 기자]
"펜션이 모여있는 강릉의 한 마을입니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2년이 지났는데, 어떤 것들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인근의 한 펜션,
펜션 보일러실과 객실엔 일산화탄소 누출 경보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강릉 펜션 관계자]
"가스 경보기에요. 만약에 누출이 됐다 하면 차단해 버리니까 가스가 샐 일도 없고."
지난 8월부터 전국 모든 펜션에선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다만 일부 펜션에선 안점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강릉시 관계자]
"270개 정도 업소가 가스를 사용하는 곳인데요. 15개를 제외하고 완료된 상태입니다."
치료기인 고압산소치료기 상황도 조금은 개선이 됐습니다.
질식상태인 환자에게 산소가 빠르게 투입되도록 하는 고압산소치료기는 다인용이여야 원활한 치료가 가능합니다.
사고 당시에도, 학생들을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가 설치된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헬기가 동원돼야 했습니다.
당시와 비교하면, 전국 10곳 가까운 병원에 추가로 설치됐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김현 / 대한고압의학회 이사장]
"대전과 광주, 충청북도와 경상북도가 아직 다인용 치료기가 없습니다.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펜션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일산화탄소는 석유, 가스 등을 태울 때 발생하기 때문에,
겨울철 캠핑이나 '차박'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엔
캠핑을 하던 20대 커플이 텐트에 액화가스를 피우고 잠을 자다 숨지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캠핑장에선 LPG 가스통이 나뒹굴고 있었고,
캠핑장에서 사용이 금지된 화목 난로도 보였습니다.
[캠핑객]
"(난방 어떻게 하시는지?) 팰릿(나무 연료를 쓰는) 난로하고요."
밀폐된 공간에서 뭔가를 태운다면, 일산화탄소의 '조용한' 공격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텐트 안에서 숯불 화로를 피우고 10여 분이 지나니,
일산화탄소 수치가 300ppm을 넘었습니다.
[홍원표 / 소방청 응급의학전문의]
"200ppm 정도에서 한 2,3시간 노출됐을 때 구토나 어지럼증, 두통 등이 발생할 수 있고요."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보일러에서 나온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사람이 20명에 달합니다.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영상취재 : 추진엽. 강승희
영상편집 : 이혜진